‘어느 학교의 뉘신지는 모르겠사오나’ - 성폭력과 논문대필에 관대한 대학

Posted by 경희대 여성주의 웹진 순
‘어느 학교의 뉘신지는 모르겠사오나’ - 성폭력과 논문대필에 관대한 대학

지난 9월 말쯤 <오마이뉴스>를 통해 모 대학의 시인이자 교수인 사람이 처제를 상대로 28년간 성적 학대와 논문 대필까지 시켰다는 폭로성 기사가 알려진적 있습니다. 그 이후 해당학교에서 해당 단과대학 학장과 학생회 대표들사이에서 사실관계여부와 적절한 대응(해당 교수 수업중단과 강사대체)을 논의중이라는 기사가 떴습니다.

관련기사 : 

2016.09.22. “문학상 수상 시인의 두 얼굴? 성폭행, 학대, 논문대필 의혹까지” (http://omn.kr/l0nh)

2016.10.01. “성폭행 의혹 교수, 단과대 "대학에 사실규명 요청" (http://omn.kr/l8ln)

그런데 약 한달이 지난 지금, 이 문제가 어떤 쟁점으로 어느 수준까지 진행되고 누가 그 문제를 해결하고 있는지 그 누구도 알고 있지 못한 것같습니다. 늘 그랬듯, ‘그 사건의 교수가 00대 00학고 교수래’, ‘어떻게 수업을 듣냐’는 뒤에서의 소문만 무성할뿐 아무문제 없이 해당교수는 수업을 하고 있고 학생들은 원하진 않지만 듣고 있습니다. 

이번주에 SNS를 통해서 #오타쿠_내_성폭력, #문단_내_성폭력 등의 해시태그와 함께 피해자들의 폭로들가 잇달았습니다. 미성년자 상대로한 성폭력, 자신이 갖고 있는 작가로서의 권위를 활용해서 문학지망생들과 여성편집자들에게 성폭력을 일삼았던 과거의 일들이 수면밖으로 나왔습니다. 그 과정에서 소문만 무성했던 성폭력과 논문대필 사건의 피해자또한 목소리를 냈습니다. 

<웹진 순>에서도 최초 <오마이뉴스>의 기사를 보고 매우 분노하였습니다. 사건 자체의 폭력성뿐만 아니라 오마이뉴스에서도 지속적인 성폭력과 논문대필의 문제를 지적하면서도 ‘내연관계’에 있었다는 부적절한 명명을 하는걸 보면서 ‘이 목소리가 다시 수면에 잠기지 않게 하기 위해서’ 우리가 해야할게 너무나 많다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그리고 너무나 한달동안 너무나 조용했던 대학가를 보며 또 다시 참담함을 느꼈습니다.   

<웹진 순>이 속해있는 경희대에서는 성폭력 폭로와 해결과정에서 아픈 역사가 있었습니다. 다들 아시는 사건이겠지만, 2007년도 성폭력사건에 대한 학교측의 미온적인 대응(피해자 최초 신고에서 해결촉구하는 기자회견까지 약 3~4개월의 시간이 걸렸습니다)을 지적한뒤 한달지나서 가해지목자가 ‘무혐의’처리가 되고 해당 여성이 무고죄로 역고소 당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이후 경희대에서는 ‘법이 말하기 전에 성폭력을 말하는 것’이 금기시 되고 성폭력이 발생했을 때뿐만 아니라 여성주의적 관점에서 대학을 재구성하려고 할때마다 교수를 성범죄자로 매도한 ‘패륜’과 ‘꼴페미’의 딱지가 붙어다녔습니다. 고민이 많이 되었습니다. 피해자가 가장 여성주의 단체를 필요할때는 법원의 심판이 떨어진 이후가 아니라 본인의 문제를 성폭력으로 인지하고 이를 해결해나가는 그 인고의 시간이었을테니깐요. 이 피해자에겐 해당 사실을 폭로하는데 무려 ‘28년’이라는 시간이 걸렸습니다.  

‘그 대학이 어딘지, 그 가해자 교수가 뉘신지는 모르겠으나’, <웹진 순>은 해당 학교에서 문제규명과 해결을 위해서 적극적으로 움직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법적인 부분은 법원에서 판단하더라도 성폭력과 논문 대필이라는 두가지 쟁점이 대학이라는 공간에서 발생한 것에 대해서 대학은 적극적으로 이 사안에 대해 답을 줘야 합니다. 문제가 있는 교육자를 강의에 세워놓고 학생들을 가르치게 하고, 남이 써준 논문으로 학위를 받고 연구활동을 하고 있는 비윤리적인 연구자는 학계에서 추방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비윤리적인 교육자이자 연구자를 이전처럼 똑같이 품고 있는 대학에서 우리가 무엇을 더 배울 수 있을까요?  

다시 한번 말하지만 ‘어느 대학의 뉘신지’ 모르겠습니다만 우리는 다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진실을 원하고 누군가의 희생으로 쌓아올린 업적으로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육자는 필요없다고 말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