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를 그대로 두지 마세요 (순 독자 투고)

Posted by 김유빈
무지를 그대로 두지 마세요 (순 독자 투고)

무지를 그대로 두지 마세요

 

 올해 입학한 학생이기 때문에 이전까지 어떠한 논의가 오고 갔는지 명확히 알지 못했습니다. 그저 물리학과 11학번 학우께서 게시하신 대자보에 반박하는 자보를 쓰려고 했고, 정확히 어떤 의견을 말 하는지 알아보기 위해 적어두신 링크로 들어가 총여학생회(이하 총여)의 존치와 더 나아가 여성 혐오의 문제까지 아울러 다루고 있는 대자보들을 모두 읽어볼 수 있었습니다. 각 논리의 전개를 따라가면서 고개를 끄덕인 말도 있었고, 제가 몰랐던 시각으로 사건을 바라본 학우 덕분에 새로운 시각을 배울 수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몇몇 대자보에 대해서는 ‘시민교육’과 ‘인간의 가치 탐색’을 보고 이 학교를 지망했던 학생으로서 약간의 실망을 안고 이 대자보를 작성하게 되었습니다.

 

 1. 총여의 방향성

 무조건 총여의 존치를 다루는 것 보다 방향성을 묻는 것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방향성은 제 대자보의 제목과 같습니다. 여성혐오에 대해 모르면 배워야하고, 그것을 알려주는 역할을 충실히 다 할 수 있다면 총여는 존재할 의미가 있습니다. 이 의견은 사회에 만연한 것이 여성혐오임을 인정한다, 하지만 학내에서 어떤 여성 혐오가 있느냐? 라는 질문에 답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여학우들이 학내에서 받는 차별을 구체적으로 들어달라고, 그렇지 않으면 논리적인 오류가 있다는 말을 보았습니다. 제가 듣는 교양 강의시간에 ‘여학생 전용 열람실’이 역차별이라며 말을 꺼낸 학생에게 교수님께서는 남학생 전용 열람실이 만들어지면 사용할 의사가 있냐고 물었습니다. 그리고 그 질문에 다른 남학생은 ‘남자만 있으면 칙칙하잖아요.’라고 답했습니다. 여자는 칙칙한 곳을 밝히는 존재가 아닙니다. 이런 가벼운 말들이 혐오 발언임을 깨닫고 고치는 것이 바른 학생의 자세이며, 시민교육을 받은 우리의 자세라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 생각을 넓히는데 많은 도움이 된 무역학과 13학번 학우의 대자보 사진 아래에는 ‘여자치고는 마인드가 좋다’,’얼굴이 예쁠 것 같다’ 등의 댓글이 달렸습니다. 여성에 대한 이야기를 논하는 글 아래에 지독히도 성차별 적인 발언이 달려있는 것을 보면서,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정말로 모르냐고 묻고 싶었습니다.

 시민교육 시간에 익명의 학우가 쓴 에세이를 보았습니다. 여자들이 민감하게 굴지 않으면 남자들이 다 알아서 양보 해 줄 텐데, 왜 극렬한 페미니즘 운동을 하는지 모르겠다는 내용의 에세이였고 그 부분에 대해서는 교수님께서 피드백을 하나하나 해주셨습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이것입니다. 모르면 배워야 하고, 배울 곳이 있어야 합니다. 알려고 하지도 않고 던지는 말들은 결코 비판이 될 수 없으며 비난일 뿐입니다. 논리적으로 답 하라고 하면서 상대의 말을 최대한 알맞다 인정하며 반대되는 의견을 개진하는 방식의 논리적인 대화 모습을 찾아볼 수 없어 유감입니다.

 총여가 진행하려 했던 ‘여혐 인 더 트랩’행사가 무산 된 일은 경희대학교의 인식에 안 좋은 영향을 미쳤다 생각하며, 부끄러운 일입니다. 하지만 총여에서도 여성혐오가 정확히 무엇인지, 왜 잘못되었는지 학생들에게 알리며 인식을 바꾸려는 시도를 명확하게 했으면 좋겠습니다. 남학우들이 참여하지 못하는데 왜 예산을 끌어다 쓰느냐? 라는 다소 과격해 보이는 질문은 공격으로 받아들일 것이 아니라 다시 한 번 고민해 봐야할 질문입니다. 저 또한 학생회와 동등하게 존재하는 기구가, 예산 또한 지원받으면서 왜 학기 초에 강의 전 잠깐 들어와서, 혹은 강의 뒷 시간에 잠깐 들어와서 내뱉는 식의 발언만을 하고 가는지 궁금했습니다. 그 이후에 이루어진 행사들도 민감한 단어로 이목을 끌어당겨서 ‘여러분 우리가 이렇게 당하고 있습니다.’ 라는 말을 하려는 것으로 보였습니다. 여학우들은 대부분 자신이 당한 것이 성차별이라는 것을 모르는 것이 아니며, 남학우들 또한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총여에서 제시하는 사안을 대부분 알고 있을 것입니다. 그 알리는 활동을 굳이 총여에서 하지 않아도 될 만큼 사회는 여혐이슈로 뜨겁습니다. 총여는 성차별 피해 형식을 알리는 것 보다 이후의 활동은 성별로 학우를 가릴 것 없이 세세하게 잘 모르고 있는 여성혐오에 대해 정확히 알아가며 왜 인식을 바꿔야 하는지에 관한 특강을 주기적으로 열어보는 것을 제안하고 싶습니다. 논리적인 담론을 원한다면 상대에게 논리적인 답변을 해주는 것이 응당 옳습니다. 저는 총여에서 답한 대자보에서 총여 역시 많은 준비가 되어있지 않다고 느꼈습니다. 총여가 강의 시간에 들어와서 하는 말들은 매우 극단적인 예시들이었으며, 정말로 여성의 권익 신장을 위한 정보에 초점이 맞지 않았다는 것을 알아주시고 시정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여성의 권익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는 총여가 잘 알지 못하는 부분이라면 여러 여성학 강사들을 초빙하는 것에 예산을 사용하고 모든 경희 학우들에게 ‘알 기회’를 제공했으면 합니다. 여학우들을 대표하는 동시에 모든 학우들에게도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2. 총여에 대한 질문에 답하라 한 대자보가 왜 사회에서 일어나는 페미니즘 운동까지 비판하는 것으로 번졌나요?

 제가 이 대자보를 쓰게 된 계기인, 물리학과 11학번 학우의 대자보를 보고, 처음엔 총여와 관련된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흔히 인터넷에서 보이는 여성혐오적인 말들이 담긴 대자보였기 때문에, 반박하는 대자보를 붙이려고 했었고, 그것의 발단이 총여에 대한 이야기임을 알게 되어 1번에 총여와 관련된 이야기를 했습니다. 

 현재 붙어있는 물리학과 11학번 학우의 대자보를 보면 ‘모 집단’이 ‘테러’를 했다. 라는 표현을 사용합니다. 그리고 그 수준은 학우께서 활동하시는 사이트에서 반대되는 의견을 내어놓으면 쉽게 볼 수 있는 반응입니다. 그것을 가하는 곳에선 자신의 의견과 같으니 아무 말 없다가, 당사자가 되니 테러라고 명명하면서 피해를 입었다는 뉘앙스를 보이는 것은 잘못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학우께서 근거로 내어놓는 ‘위키’ 사이트는 모두가 수정할 수 있다는 점에서 충분한 근거의 역할을 하지 못합니다. 누구나 고칠 수 있고, 실제로 전투적으로 고치는 싸움이 일어나며, 결과적으로 매우 편향된 시각으로 쓰일 수 있다는 것이 ‘위키’의 문제점임을 아실 겁니다. 위키 또한 하나의 커뮤니티이므로 그 커뮤니티를 대표하는 주된 의견이 있습니다. 이미 편향된 의견을 근거로 보기엔 어렵습니다. 또한 학우 분께서도 다른 분들의 말을 인용하면서 ‘정신승리’라고 표현하고 있는데, 그 또한 학우분께서 원하시는 논리적인 워딩은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가장 최근에 붙은 자보에는 ‘한 정신 질환자가 여성을 찔러죽인 사건’을 페미니스트들이 이용하고 있으며 그들이 잘못했다는 말을 하고 있습니다. 저 추모현장에 보내졌던 다른 화환들이나 충분이 여성 혐오의 근거가 될법한, 추모현장에 있던 사람들에게 가해졌던 폭력적인 언사는 담겨있지 않고, 그 이후에 추모행렬에 실제로 가해졌던 위협사건에 대한 언급도 없으면서 그들이 잘못되었다고 단정 지을 수 있을까요. 모르면 배워야하고, 알지 못하는 것은 알아본 다음에 비판을 던져야 하지, 단편적인 것만 보고 던지는 말은 비난일 뿐입니다. 핑크 코끼리탈은 이야기도 하고 싶지 않을 만큼 저급한 행동이었습니다. 옹호할 가치조차 없는 행동이었죠. 그 누구도 질병으로 죽은 사람의 빈소 화려한 옷을 입고 가서 건강인구가 가장 많은 나라 대한민국! 따위의 피켓을 들지 않습니다. 강남역 사건을 추모하는 곳에 가서 폭력에 당한 여성을 추모하고 있는데, 핑크색 코끼리 옷을 입고 논쟁하지 말고 우리 모두 행복하게 살아요! 라는 말을 하는 것은 공감 능력이 상당히 모자랄뿐더러 그 곳에 있는 사람들의 공분을 살 수 밖에 없는 몰상식하며 폭력적인 행동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명확하지 않은 폭력 사건은 가볍게 왈가왈부 하는 것이 아니라 경찰이 판단할 문제겠지요. 

 ‘정신질환자’들이 짧은 기간동안 한꺼번에 여러 여성들을 죽였다는 말 때문에 여성혐오자들이 아니라 별 잘못 없는 정신질환자 단체들이 언론과 정치권에 호소하고 있습니다. 여성혐오 문제는 다뤄지지 않으면서 정신질환자들을 쉽게 정신병원에 가두려고 하죠. 그렇게 소수자는 누군가의 회피로 인해 피해를 볼 수 밖에 없습니다.

 

3. 여성 혐오가 있다는 것을 인정하면 누가 피해를 받나요?

 총여에 대한 이야기에서 벗어난 논점이지만, 이 부분에 대해서도 말 하고 싶었습니다.

 남녀 모두 사이좋게 지내자, 라는 말은 여성이 노출된 위협을 모두 없는 것으로 치부하는 것입니다. 단연코 여성을 혐오해 본 적 없다는 말은 여성 혐오가 무엇인지 모른다는 말과 같습니다. 여성조차도 여성 혐오를 할 수 있으며, 저 자신도 무의식적으로 그러한 발언을 할 때가 있습니다. 

 여성 혐오가 있음을 인정하면 누구에게 어떤 피해가 일어나나요? 왜 여성혐오를 가시화 시키는 것이 문제가 되고, 누군가에게 불쾌감을 주는지 전혀 이해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여성혐오에 대해 목소리를 내는 것이 왜 조롱거리가 되어야 하는지도 알 수 없습니다. 혐오라는 것은 가시화되면 분명 몰아낼 수 있으며, 사회를 진전하게 하는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네가 한 말, 여성혐오야.” 라는 말은 “너 정말 나쁜 사람이야.” 라는 뜻이 아닙니다. 무의식적으로 잘못한 것을 알아채거나 남이 지적한다면 무지를 인정하고 배워서 인식을 바꿀 수 있으며, 그렇게 행동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간혹 모두의 인식을 고치기 위해서 분투하는 모습을 보이는 사람에게, 혹은 혐오 발언에 태클을 거는 사람에게 ‘꼴페미’ 라는 딱지를 붙이고 예민하게 굴지 말라고 말 합니다. 겪어보지 않았다면, 알려고 하지 않았다면, 모른다면. 배워야합니다. 그것이 이 논란이 되어서도 안 될 당연한 여성혐오 철폐에 관한 답이 될 것입니다. 극성스러운 페미니스트 무서워서 어디 말 함부로 하겠나, 이런 발언이 매우 자연스럽습니다. 어떤 사람은 너 페미니스트야? 하면서 비꼬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제 모두가 ‘여성혐오’라는 것이 무엇인지 자세히는 몰라도 잘못된 발언을 하면 비판받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렇게 혐오적 발언을 조심하게 되면서 우리는 더 성숙해져 갑니다.

 소수자의 목소리는 크게 외쳐야 사회에 닿기 때문이고, 그래서 지난 몇 년간 여성인권은 계속 외쳐지고 있습니다. 인권 감수성이 적은 사람을 그냥 두면 사회는 계속 차별과 혐오로 가득 찰 것입니다. 모른척 하지 마세요. 진정한 시민이라면 모르고 싶다고 눈을 돌리지 마세요. 누군가 인권과 권익을 위해 싸우는 것을 보고 불쾌함을 느낀다면, 당신이 차별주의자입니다. 


​*외부 기고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