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왜 여성혐오가 아니란 말입니까

Posted by 경희대 여성주의 웹진 순
이것은 왜 여성혐오가 아니란 말입니까

이것은 왜 여성혐오가 아니란 말입니까

-서유리토크콘서트 <마이리틀여혐> 취소에 부쳐-

 

 

  지난 26일 예정되어있던 서유리씨의 <마이리틀여혐> 토크콘서트가 취소되었습니다. 토크콘서트 개최 사실이 알려진 이후, 서유리씨와 행사주최측을 향해 ‘실체없는 여혐’이라며 SNS 비방이 난무하였고 홍보용 입간판이 훼손되는 사태가 벌어졌습니다. 훼손된 전신 입간판은 절반으로 접혀 있었으며 발로 밟힌 자국들이 선명하게 남아 있었습니다. 결국 총여학생회는 행사 전날 서유리씨 신변안전을 문제로 <마리리틀여혐> 토크 콘서트를 취소했고, 학내에서 여성혐오와 성차별에 대해 이야기 하겠다는 여성들의 의지는 좌절되었습니다. 

 

  이는 서유리씨를 비롯해 토크콘서트에 참여하고자 했던 학우들을 향한 일종의 위협 행위였고, 자신이 개인적으로 겪었던 사회적 차별에 대해 이야기 하고자 했던 여성의 의지를 틀어막은 '공격적' 행위입니다. 이렇게 성차별과 편견에 대응하는 여성들에게 가해지는 공격성은 개인의 사적인 감정이 아닌 구조적이고 사회적으로 만연한 ‘여성혐오’와 긴밀한 관련이 있습니다. 여성들이 느끼는 차별과 혐오를 공론화하고자 하는 행사를, 인신공격과 기물파손으로 결국엔 해산에 이르게 한 이 행위 자체가 ‘여혐에 실체가 없다’라는 주장이 얼마나 실체 없는 외침이었는가를 명확하게 반증하고 있습니다. 즉 여성혐오의 실체를 부정한 그들은 이 몰지각한 행동들을 통해 스스로 여성혐오의 실체를 증명했습니다. 경희 여러분에게 묻습니다. 이것이 여성혐오가 아니면 무엇이란 말입니까.

 

 강남역 살인사건 이후 여성들의 삶이 매우 달라졌음을 느낍니다. 성적 대상화와 사회적 차별에서 오는 불편과 억울함의 순간들을 넘어서서 여성들이 일상적으로 느끼는 공포의 수준은 매우 높아졌습니다. 여성들은 ‘여성이라는 이유’로 누군가에게 염산테러를 당하거나, 칼에 찔려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존의 위협을 느끼며 불안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여성혐오와 차별을 공론화시켜 논할 수 있는 자리였던 서유리씨의 <마이리틀여혐> 토크콘서트가 지니는 의미는 컸습니다. 여성들이 느끼는 일상의 공포가 어떤 수준인지, 여성혐오에 적절하게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은 어떤 것인지 등의 이야기를 들어볼 기회가 입간판을 훼손하는 행위로 인해 무산되고 말았습니다. 

 

  ‘우리는 연결될수록 강하다’. 강남역 살인사건 추모를 위해 강남역에 갔을 때 보았던 문구가 오래도록 마음에 남아있습니다. 경희대 여성주의 웹진 ‘순’은 “남녀 모두 평등한 사회를 만들어요”라는 모호한 선언을 거부하겠습니다. 분명히 존재하는 구조적 차별과 폭력에 눈을 감고 약자와 소수자 전반에 대한 혐오 행위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 모든 태도를 끊임없이 비판하고 이에 단호히 대처하고자 합니다. 

 

  경희대학교 총여학생회 또한 할 수 있는 방법을 모두 동원해 이 사태에 대해 적극적인 대처를 해주실 것을 부탁드리며, 입간판을 훼손한 개인을 밝혀낼 수 있다면 밝혀내어 이에 대한 법적 책임을 단호히 물을 수 있길 기대합니다. 여성혐오는 절대 개인의 자유의 문제가 아닙니다. 이는 명백하게 무너뜨려야 할 고정관념과 편견일뿐입니다. 

 

  그러니 이제, 우리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합니다. 

 

 

경희대학교 여성주의 웹진 ‘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