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진 순, 1년간의 항해일지

Posted by 이문동 치킨브레스트(웹진 순 편집장)
웹진 순, 1년간의 항해일지

 <웹진 순>이 여러분 앞에 모습을 드러낸지 벌써 1년이 훌쩍 지났습니다. <웹진 순>2015년 가을 목소리없는 사람들을 대변하고 싶다는 제안서를 들고 생활협동조합을 찾아갔었습니다. 경희대는 독립언론이 많지 않습니다. 학교언론사 외에 독립언론은 학생회비로 돌아가는 교지밖에 없고 웬만한 대형대학에 있다는 여성주의 교지도 없습니다. 그래서 한번 만들어 본 건 아닌데 어찌하다 보니 이렇게 됐습니다. 

 <웹진 순>은 의견을 조율하면서 여성주의 웹진으로 가기로 마음먹고 201511월부터 본격적인 세미나와 기획을 시작했습니다. 20162월쯤, 우리가 다 알고 글을 쓰려고 하다간 우리는 영영 글을 쓰지 못할 것이라는 내부의 비판이 있었으며, 그 결과 작년 여성의 날 남성중심적인 사회를 비판하며 금줄(빨간 곧휴가 주렁주렁 달린 동아줄)을 단 대자보를 붙이며 저희는 강제 오픈을 했습니다. [짜잔] 

 <웹진 순>은 동일한 시각을 가진 페미니스트들이 모여서 만든 조직이 아닙니다. 웹진에서 글을 쓰면서, 세미나를 하면서, 카톡방에서 토론을 하면서 페미니스트가 되어가는 그런 단체였던 것 같습니다. 그 와중 5월 학내 대자보판에서 성폭력을 옹호하는 대자보가 붙었고 이에 강력 대응을 하였으며, 이후 강남역 사건, 대나무 숲 사건, 학내 총학 육아휴강파동 등등 학내에서 관련 논쟁이 있었을 때 입장글을 내곤 했습니다 

 원래 <웹진 순>목소리 없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서 만들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고민이 많이 됐습니다. 문화비평, 큐레이팅, 번역 등의 글쓰기보다는 이 학교를 중심으로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것처럼 여겨지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쓰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타인을 만나고 글을 엮고, 타인으로 하여금 자신의 이야기를 하도록 하는 것은 의외로 매우 어려운 작업이었습니다. (투고가 안들어와......운다ㅠㅠㅠㅠ) 

 <웹진 순>이 가장 어려웠던 것은 온도 차이를 어떻게 받아들일 것이냐의 문제였던 것 같습니다. 밖에서는 당당한 친구들도 수업에서 성차별 발언에는 소극적인 학생이 될 수 밖에 없었던 것 같고, 잘못 된건 알지만 다이어트에 몰입하기도 했으며, 내 연애 문제에서는 애인의 막말에도 박수쳐주는 개념플레이를 할 수 밖에 없는 상황들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실생활과 우리가 배워나가는 페미니즘 윤리의 간극이 발생할 때 당황스러워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바쁜 생활, 짧은 대학생활 속에서 <웹진 순>의 활동을 힘들어하는 친구들도 있었습니다.

 페미니즘이 어렵게 다가왔던건 이론과 개념이 어렵다기 보다는 내가 살고 있던 세계를 다른 눈으로 보기 때문에 생기는 문제들, 그리고 삶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들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무너짐 다음에는 우리가 뜨겁게 울면서 서로를 안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고백하건대, <웹진 순>은 좀 힘듭니다. 페미니즘이 늘 투쟁하는 것처럼 <웹진 순>도 늘 그런 기로에 서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저희는 앞으로 1년은 더 버텨보자라는 다짐으로 다들 시간을 쪼개서 글을 쓰고, 토론을 하고, 서로를 살피려고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1년동안은 하고싶은말 하고 싶은 것들을 다 해보고 좋은 인생이었다 good’... (??) 

 ‘이 다른 들을 만날 수 있는 연결고리들을 찾아내는 것이 저희의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아마 우리의 삶은 많이 달라지진 않았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웹진 순>이 대자보를 붙일 때, 저것은 성폭력이다, 저것은 잘못된 고정관념이라고 말할 때 피해자든, 침묵하던 사람이든 고립감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면 저희는 할 일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별거 아닌 글을 쓰기 위해서 간이 콩알만한 사람들이 모여서 초안을 쓰고 서로 검토해주면서 글 하나 올릴 때도 매번 사고를 치지만, 저희가 쓴 글이 누군가에게는 힘이 될 수 있다면 저희는 제 역할을 하고 있는거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웹진 순>이 폭풍을 만나든, 원만한 항해를 하든 많은 관심을 가져주세요. 저희도 있는 힘껏 노를 저어보겠습니다.

 

<웹진 순> 편집장, 이문동 치킨브레스트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