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내 역차별 논란① - ‘여학생 휴게실’ 정말 역차별인가요?

Posted by 지망생
교내 역차별 논란① - ‘여학생 휴게실’ 정말 역차별인가요?

[편집자 주] 페미니즘에 대해 아는 사람은 없는데, 페미니즘을 혐오하는 사람들은 넘쳐나는 시대. 페미니즘을 둘러싼 오해와 편견에 맞서고 싶어도, 제대로 알고 있는 것이 없어 침묵하기 마련이다. 여성의 권리를 주장하는 게 정말 남성에 대한 역차별일까? 남자는 페미니스트가 될 수 없을까? [왁자지껄페미니즘] 우리 일상에서 맞닥뜨리는 페미니즘 이슈를 소개하고, 일상적인 물음이지만 딱히 물어볼 곳은 없었던 고민들을 짚어보고자 한다.

 ‘종로에서 뺨맞고 한강에서 눈 흘긴다’라는 말이 있다. 욕을 당한 자리에서는 아무 말도 못하고, 뒤에 가서 불평함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속담의 유래는 저 멀리 조선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위세 높은 종로 시전상인에게 흥정을 벌이다 봉변을 당한 상인이 그 자리에서는 아무소리 못하다가 한강변에 모여 있는 난전상인에게 와 반대로 큰소리를 치거나 화를 푼다고 하여 생겨난 말이라고 한다. 역차별 이야기를 하자고 해놓고선 구태여 길게 속담 풀이를 늘어놓는 이유는, 우리 사회에서 제기되는 역차별 논란이 ‘종로에서 뺨맞고 한강에서 눈 흘기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남녀 사이에서 성별을 두고 벌어지는 역차별 논란 중 가장 흔한 사례는 군대를 두고 벌어지는 논쟁이다. 군가산점 존폐문제는 역차별 논란에 불을 지폈고, 군가산점 폐지가 확정되자 “그럼 여성도 군대에 가라”는 여론이 들끓기 시작했다. 20대 초반의 혈기왕성한 청년들이 강제적으로 군대 징집명령을 받아 군에 입대 하는 이유는 과연 정말 여성이 군대에 가지 않기 때문인가? 아니다. 남성들을 대상으로 징집명령을 내리는 것은 국가이지 여성은 아니지 않는가. 그런데 진짜 차별을 가하는 대상한테는 아무 말도 못하고 군대를 가지 않는 여성에게 비난의 화살이 돌아가니, 종로에서 뺨맞고 한강에서 눈 흘기는 조선시대 상인과 다를 바가 무언가.

 그렇다면, 교내 여학생 휴게실을 두고 벌어지는 역차별 논란은 어떨까? 여학생휴게실이 신설된 이후 남학생에 대한 역차별이라는 주장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꼬리표마냥 붙어 다녔다. 이러한 역차별 논란이 그치지 않고 현재까지 끊임없이 지속되는 데에는 ‘여학생 휴게실이 왜 필요한가?’ 라는 질문에 대한 논의가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사실이 한 몫 기여한다. 많은 사람들은 여전히 대학 내에서 여성이 차별받는다는 사실과 여러 폭력과 불평등에 노출되어 있다는 현실에 반문한다. 이것은 대학이 해방 이후 ‘여성교육의 확대’라는 상징적 공간으로 우리 머리 속에 그 입지를 굳건히 다져왔음을 반증한다. 그러나 과연 오늘날의 대학은 단순히 여성교육의 확대를 보여주는 ‘상징적 차원’을 넘어 실제로 ‘성평등한’ 제도와 구조를 보장하고 있을까?

 여러 여성혐오 담론과 여성의 권리주장에 대한 의심과 제재를 차치하고서라도, 우리는 대학 공간 안에서 여성이 견뎌야할 물리적 불편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쉬운 예를 들어보자. 사물함의 크기나 높이, 책걸상의 구조, 여성용품자판기의 위치 등 대학 공간 내 시설물의 구조로 인한 불편함을 여학생들이라면 한번쯤 느껴보았을 것이다. 안전 및 돌봄지원에 관한 부분도 열악하다. 출산과 육아를 병행하는 학부생이 있을 거라는 생각은 물론, 교강사를 포함 대학공간에 있는 기혼여성이나 임산부를 고려하는 시설 또한 부족한 실정이다. 이는, 대학이 대학 공간을 향유하는 구성원의 차이를 고려하지 않고 형식적이고 획일적인 방식으로 공간을 설계하고 제공함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이처럼 여성에 대한 구체적 고려 없이 이루어지는 획일적인 시설물의 크기, 구조, 위치지움 등은 대학 공간에 대한 여성의 실질적 평등권을 침해한다. 뿐만 아니다. 지난해 우리 대학에서 발생한 몰카사건만 2건, 여전히 여성은 성폭력에 쉬이 노출될 수 있는 환경에서 살아가고 있다. 이렇듯 대학공간에 만연한 ‘불평등함’을 조금이나마 해소하고 여성에게 가해질 ‘폭력’을 예방하고자 등장한 것이 여학생 휴게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학생휴게실을 두고 역차별을 말하는 사람들은 “생리 등 신체적 특성을 고려해 여학생 휴게실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것이 남학생에 대한 역차별로 이어질 수 있다”는 논리를 내세운다. 이러한 논의는 곧 여학생 휴게실 때문에 남학생 휴게실은 신설될 수 없다는 식의 논란으로 확장되는데, 이것 역시 앞서 언급한 군가산점 제도와 마찬가지로 단순히 여학생을 비난한다고 하여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원래 휴게 공간이라 함은 성별에 관계없이 제공되어야 마땅하다. 적절한 쉼을 취할 수 있는 휴게공간은 학업을 유지하는 데에 있어 꼭 필요하고, 그 용도에 따라 성별화된 공간이 요구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학생휴게실이 만들어지지 않는 이유는 여학생휴게실과 그것을 이용하는 여학생 때문이 아니라 대학 사회가 고질적으로 앓고 있는 ‘공간부족’의 문제에서 비롯된다. 때문에 진정으로 남학생 휴게실이 필요하다면 여학생에게 주어진 복지혜택을 트집 잡을 것이 아니라, “남학생 역시 성별 분리적인 휴게 공간이 필요하다”라는 공간투쟁의 차원으로 접근해야 한다. 즉, 이 문제는 협소한 자원(=학내 자치공간)을 분배하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는 문제이며 이에 따라 협소한 자원을 어떻게 하면 더 키울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논의해야지 그 일부분을 가져가는 소수자에게 문제제기를 하는 것은 옳지 않다.

 휴게실 문제가 성별의 벽에 갇혀버리는 순간, 문제의 본질은 가려진다. 68혁명의 슬로건 중에 “모든 권력을 상상력으로”라는 것이 있다. 도시는 언제나 부족하고, 그렇기에 늘 권력을 가진자를 중심으로 계획되고 설계되기 마련이다. 때문에 우리는 어떤 공간을 바라볼 때, 소유와 권력으로 차지해야하는 점거의 대상으로 볼 것이 아니라 우리의 삶이 나아가야할 방향에 따라 언제고 발전을 거듭할 수 있는 변화의 대상으로 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대학 공간도 마찬가지다. 대학공간 역시 우리가 앞으로 지향해야할 방향에 따라 계속해서 변화되어야 하고, 발전해야만 할 것이다. 그러므로 지금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공간의 소유를 나누는 당장의 권력다툼이 아니라 미래의 공간이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 지, 우리가 바라는 캠퍼스는 어떠해야 하는지에 대해 꿈꾸는 것이다. 더 이상 종로에서 뺨맞고 한강에서 눈 흘기지 말자. 이제는 여학생들이 여성전용휴게공간을 이용함에 있어서 눈치를 봐야 하는 것이 아니라, 휴게 공간이 대학 내 교육활동의 공간으로 인정받고 이에 대해 모든 대학구성원들이 공간주권을 구현할 수 있도록 한 목소리로 외쳐야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