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서] 우리는 ‘우연히’ 살아남았다

Posted by 경희대 여성주의 웹진 순
[성명서] 우리는 ‘우연히’ 살아남았다

[성명서] 우리는 우연히살아남았다

 

 

  지난 17, 서초구에서 한 여성이 일면식도 없는남성에게 무참히 살해당했습니다. 가해 남성은 평소 여성들에게 무시당한 것이 살해 동기라고 말합니다. ‘여자가 나를 무시해서 아무 여자 중에 한 명을 찔러 죽인이번 사건은 여자이기 때문에 차별 받거나 성추행을 당하는 것을 넘어서, 여자라서 살해당할 수 있다는 사실을 명백하게 보여준 사건입니다. 이런 처참한 피해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여성들은 피해의식에 가득 차있다는 혐의에서 벗어나지 못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이번 사건을 통해 진짜 피해망상은 누가 가지고 있는 것인지 다시 생각해보아야 합니다.

 

  혹자는 이번 사건을 두고 여성혐오와는 전혀 관련이 없는, 한 싸이코패스의 돌발 행동이라고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사건을 하나의 예외로 치부하는 것은 여성들이 공유하고 있는 보편적인 공포의 경험을 또 다시 실체 없는 망상으로 되돌리는 행위에 지나지 않습니다. 우리는 이번 살해 사건이 사회 구조와 무관하지 않음을 반드시 인지해야 합니다. 여성을 같은 인간으로 대우하지도 않고, 여성의 목숨을 보호하지도 못하는 사회가 대체 우리에게 무슨 소용이 있을까요? 여성을 성적 대상 혹은 화풀이해도 되는 대상으로 바라보는 폭력적 시선을 외면하지 않고 비판해야만 합니다.

 

  이번 사건의 피해자를 포함해 지금까지 약자라는 이유만으로 살해당해야 했던 모든 이들의 명복을 간절히 빕니다. 다음 생에선 여자라서 살해당하지 않아도 되는 곳에서 만날 수 있기를.

 

경희대학교 여성주의 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