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사람이 있다” 아직 끝나지 않은 문단내 성폭력을 말한다.

Posted by 이문동 치킨브레스트
“여기 사람이 있다” 아직 끝나지 않은 문단내 성폭력을 말한다.

  

 

작년 가을 누군가가 오밤중에 기사링크를 보냈다. 모 학과 교수로부터 수년간 성폭력을 당한 피해자의 폭로인터뷰였다. 피해자가 겪은 일에 분노를 느꼈으며, 학교에서 가해자로 지목된 교수가 계속 수업을 하고 있고 학교에서는 진상조사를 하겠다고 말했지만 무얼 하고 있는건지 전혀 알수 없었다. 마치 아무일도 없었던 것처럼 학교 구성원들은 앞에서는 얘기를 못하고 뒤에서만 추측과 뒷말들이 오갔다.

 

그 와중에 가해자가 가르치는 수업에서 그대로중간고사까지 치루게 되었다. 웹진 순에서는 가해자를 정확하게 지목하지 않았지만 피해자에 대한 연대와 가해자 처벌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썼다. 글의 원안을 썼던 나는 원고를 쓰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노트북을 잃어버렸다. 정신이 팔려서 메신저로 사람들과 성명서 내용을 검토하다가 그냥 두고 내린 것이다. 괜히 오지랖 부렸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해결이 될듯한 분위기가 보이면 이런 불안감은 사그러들었다가 피해자의 소식과 연대하는 사람들의 안타까운 소식들이 간간히 들려오면 딱히 하는일이 없는 입장에서도 마음이 괴로웠다.

 

누구는 페미니즘이 대세라고 한다. 하지만 대세라고 말하는 만큼 나는 다양한 외부의 역풍들과 내부의 갈등을 많이 느끼고 있다. 잠잠한 날들이 없었다. 작년에는 육아공결을 만들겠다는 총학선본이 등장하는가하면 국제캠퍼스에서는 부총여학생회장으로 남성이 당선되었다. 각설이처럼 봄마다 역차별을 운운하면서 여성단체를 공격하는 자도 돌아와서 온오프로 사람을 괴롭히고, 계단에 여성이 겪고 있는 사회적 불평등에 저항하는 문구를 붙였다고 학교가 발칵 뒤집혀지기도 했다. 그리고 경희대 페미니스트에게 찍힌 낙인. 10년전 교수성폭력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증거불충분으로 인한 혐의없음으로 피해자가 무고죄로 역고소 당했던 사건은 무엇을 하더라도 꼴페미, 패륜녀라는 딱지를 붙였다. 생리공결을 말해도 꼴페미, 여휴를 말해도 꼴페미, 성폭력, 총여학생회 투표권 개방 등등 여성단체들이 뭘해도 낙인을 찍는 사람들이 있었다. 학교에서 여성주의 운동을 했던 사람들의 삶이 얼마나 처참하게 망가지는 지를 봐왔던 나는 이게 늘 안타까웠다. 학교에서는 끊임없이 문제가 터진다. 방관을 할 순 없다. 하지만 나서면 너무 다친다. 누군가는 여성주의의 판도라 상자를 연 순간 여성주의를 알던 전의 시기로 돌아갈 수 없다고 한다. 하지만 그 이후의 삶은 그 누구에게도 쉽지만은 않았다.

 

고립을 피하자는 뜻에서, 그리고 우리가 여기서 더 밀리면 상황은 더 나빠질 것 같다는 생각 때문에 올해 초부터 여성단체들과 꾸준히 대화를 했다. 서로의 존재를 통해서 연대하며 성장하고, 고립되지 않는 관계들을 만들고 싶었다. 그래서 여성주의 워크샵 기획단을 꾸리게 되었다.

 

오늘, 829일 경희대 국문과 페미니즘 소모임 이 기획한 강연은 우리가 아직, 여기서 숨쉬고 있고 싸우고 있음을 알리고자 기획했다. 텀블벅 후원이 끝나고, 누구는 눈에서 보이지 않기 때문에 뜬금없이 지금 뒷북을 때리는가라고 말할지도 모른다. 끊이지 않는 성폭력 문제에 반기를 드는 사람들이,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이것을 우리의 문제로 바라보려고 하는 사람들이, 성폭력 가해자가 학교에서 버젓이 수업을 하는 것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이 여기 있다. 여기 사람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