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들의 검은 시위, “낙태죄를 폐지하라”

Posted by 먼지
여성들의 검은 시위, “낙태죄를 폐지하라”

  여성의 생식권이 죽었다. 1015일 토요일 오후 2, 종로구에 위치한 보신각 앞 광장은 검은 옷을 입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이들이 상복을 뜻하는 검은 옷을 입고 이곳에 모인 까닭, 국가에 의해 통제당하는 여성의 생식권에 애도를 표하기 위함이다. <페미당당>, <불꽃페미액션>, <강남역 10번 출구> 등의 페미니즘 단체에서 기획한 낙태죄 폐지를 위한 여성들의 검은 시위내 자궁은 나의 것이라고 적힌 현수막을 걸고, “낙태죄를 폐지하라고 입을 모아 외쳤다.

 

- 낙태죄와 싸울지라

  오후 220, 본격적인 외침은 <낙태죄와 싸울지라>라는 노래를 부르며 시작됐다. 찬송가 <마귀들과 싸울지라>를 전복한 이 노래는 여성의 일상이 곧 남성중심사회와의 투쟁임을 역설적으로 드러낸다. 임신과 출산 모두 여성의 몸에서 비롯되는 일이지만 여성들은 출산하고 싶을 때 출산할 권리출산하고 싶지 않을 때 낙태할 권리를 일상에서 누릴 수 없다. “덮어놓고 낳다보면 나는 경력단절녀라는 노랫말은 출산 이후에도 여성의 삶이 통제되고 규제되는 대상일 뿐임을 여실히 보여준다.

 

- 여성의 언어로 낙태를 말하다

  집회는 참여한 여성들의 자유 발언으로 채워졌다. 집회에 참여한 페미니스트 홍승희 씨는 자신의 낙태 경험을 고백하며, “결혼을 했든 하지 않았든 여성에게는 원하는 임신을 할 자유, 원하지 않는 임신을 하지 않을 자유가 있다고 외쳤다. 김지원 (17) 씨는 여성의 낙태를 범죄화하는 모자보건법에 아버지는 어디 있냐고 물으며, 임신과 출산을 여성의 책임으로 전가해놓고 낙태할 권리를 주지 않는 법의 모순을 꼬집었다. 페이스북 페이지 <강남역 10번 출구>의 관리자 민현진 씨는 낙태죄가 강화되면 낙태는 더욱 음지화될 것임을 우려하며, 정부는 낙태 근절이라는 비현실적인 정책이 아니라 임신중절권이라는 안전하고도 당연한 권리를 여성에게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발언을 맺을 때마다 집회 참가자들은 우리는 연결될수록 강하다”, “내 자궁은 나의 것이다라는 구호로 호응했다. 자유 발언은 종각 일대를 행진하면서도 이어졌다.

 

- 검은 옷을 입고 거리에 나선 이유

  오후 4, 집회가 끝나고 현장에 머물던 귤(가명)과 하리(가명)에게 검은 옷을 입고 보신각에 찾아온 이유를 물었다. 귤은 나는 10대 낙태 당사자로서 원하지 않는 임신 사실을 알게 됐을 때의 막막함을 잊을 수 없다. 만약에 낙태가 초기에 약물로도 가능했다면, 나는 그토록 두려움에 떨지 않았을 거다. 나와 같은 경험을 다른 여성들은 겪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으로 이곳에 나왔다.”고 밝혔다. 그녀와 동행한 하리는 임신을 하지도 않는 존재가 여성의 임신에 함부로 간섭하는 현실이 이해가지 않는다. 임신과 출산은 나에게 동떨어진 일이 아니다. 언젠가 나에게 일어날 일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사람들과 싸우기 위해 왔다.”고 했다.

 

  이들의 목소리는 앞으로도 그치지 않을 전망이다. 검은 시위는 앞으로도 계속된다. 오는 1023일과 30일에도 검은 시위가 있다. “여성은 여성의 몸에 일어난 변화를 스스로 선택할 권리가 있습니다.”라고 말했던 안현진 씨의 말처럼, 당연한 권리가 여성에게 주어질 때까지 이들은 계속해서 모이고 나서고 말할 것이다. 그리고 나 역시 이들과 함께 외칠 작정이다. “나의 자궁은 나의 것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