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서]꼬리자르지 마세요, 당신은 그럴 권한이 없습니다

Posted by 경희대 여성주의 웹진 순
[성명서]꼬리자르지 마세요, 당신은 그럴 권한이 없습니다

꼬리자르지 마세요, 당신은 그럴 권한이 없습니다

이동진 정경대 학생회 권한대행/전 총학 비대위원장의 데이트강간 및 성폭력 2차 가해에 대한 순의 입장글

 

  지난 주말, 이동진씨의 '데이트 폭력에 대한 글이 전 연인관계였던 학우의 개인 SNS를 통해 공개되었습니다. 이동진씨는 교제할 당시 상대방이 관계를 원치 않음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관계를 시도해왔습니다.

 

  오늘날 많은 여성들이 감정적·정신적·성적·물리적 데이트 폭력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이러한 데이트 폭력은 여성을 동등한 존재로 인정하지 않고 무시해도 되거나, 소유할 수 있는 존재로 보는 태도에서부터 기인합니다. 관계 도중 상대방이 관계중단을 요청하거나 거부했을 때, 의사를 존중해 주지 않은 이동진씨의 태도는 여성을 단순히 성적 대상 혹은 소유할 수 있는 존재로 치부해온 우리 사회의 편견을 잘 보여줍니다.

 

 뿐만 아니라 이동진씨는 자신에게 유리한 여론을 형성하고 사건에 대한 정당화를 위해 연인과의 관계를 카카오톡과 전화를 통해 제 3자에게 발설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이동진씨는 주변사람들에게 “(관계를)안 한지 오래되어 그랬다”, “연애를 한 것도 아니고 (다른 사람과) 잠만 잔 것인데 대체 내 잘못이 무엇이냐라는 등의 발언을 일삼았습니다. 이동진씨의 위와 같은 말은 남성의 성욕에 응하지 않은 여성을 불성실한 연인으로 평가하고 정당한 이별사유로 간주한다는 점에서 폭력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동진씨는 27일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게시한 사과문을 통해 이미 해임되었으며, 업무가 정리 되는대로 사퇴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웹진 순>해임사퇴형태의 꼬리 자르기가 바른 해결책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이동진씨의 성폭력 사건은 일탈적으로, 앞으로도 발생하지 않을 일이 아닙니다. 이 사건은 대학에 존재하는 다양한 공동체에서도 발생할 수 있을, 혹은 발생했었을 성폭력의 한 단면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가해자에 대한 단순 처벌이 아닌 공동체 안에서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규칙들과 관련 논의들을 만들어 나가야 하며, 여성이 겪고 있는 여러 차별과 폭력에 대해 귀 기울이고 대응하는 노력 또한 절실하게 필요한 때라고 생각합니다.

 

  가해자의 해임, 잠수, 사퇴로 무마되는 것이 아닌, 경희대가 성폭력에 맞서 싸울 수 있는 용기있는 공동체로 거듭나길 바랍니다. 아울러 연인관계에서 그리고 2차가해로 고통을 받으셨던 피해자와 지지자분들게 무한한 연대를 보냅니다.

 

2017.02.27

경희대학교 여성주의 웹진 '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