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희대 대나무숲 댓글삭제 사건에 대한 입장서

Posted by 경희대 여성주의 웹진 순
경희대 대나무숲 댓글삭제 사건에 대한 입장서

'경희대 대나무숲 댓글삭제 사건에 대한 입장서' 

 

경희대 여성주의 웹진 순입니다. 

최근 페이스북과 트위터를 통해서 경희대 대나무숲 사건이 확산되고 있어서 저희의 입장글을 싣습니다.

 

 

<사건 개요>

- 대나무숲에 익명으로 '모 학과에서 가혹행위(선배가 후배의 뺨을 때렸다)가 있었다고 하는데 사실인가요?'라는 제보가 들어왔음 

- 이용자 A가 해당 게시글 댓글창을 통해 가해자-피해자의 성별을 물었음

- 이후 논쟁이 커지면서 경희대 대나무숲에서 이용자 A를 차단하고 관련 글타래를 비공개처리함

- 이용자 A에 대해 타 커뮤니티(에브리타임)을 통한 2차가해가 이루어짐. 실명비판과 함께 욕설과 비방이 이루어짐

- 이용자 A가 이 과정에서 고통을 호소하며 사건에 대한 공론화 요구

 

1. 대나무숲의 검열과정은 언론의 자유에 대한 탄압이 될 수 있습니다.

  대나무숲은 누구에게나 열려있는 공간입니다. 학교 구성원들의 비공식적 공론장으로서 자유주제로 자유롭게 말할 권리가 누구에게나 주어져있습니다. 이 공간에서 상호존중과 허위사실을 유포하지 않는다는 최소한의 원칙만 지켜지면 되는 일입니다. 

  대나무숲에서 '학내 정치문제' 혹은 '정치문제' 특히 최근의 '페미니즘'과 같이 논쟁이 심한 사안에 대해서는 대나무숲에서 자체검열이 일어나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이는 사회적 대화가 필요한 사안에 대한 제보-토론을 막음으로서 존재하는 갈등을 해결하기 보다는 침묵시켜버릴 소지가 있습니다. 연애얘기는 자유롭게 할수 있지만 페미니즘적인 질문을 던지면 안되는 건가요? 대나무숲은 '말하고 싶지만 차마 실명으로 말하지 못했던 말들'을 속시원하게 할수 있도록 하는 역할을 주로 수행하는 곳입니다. 자유롭게 얘기하라고 해놓고선 말할 사람과 주제에 제한을 둔다면 그건 자유로운 공론장이라고 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어느 의제에 대해서 입장차는 언제든지 존재할수 있습니다. 이때 발생하는 논쟁을 ‘분쟁’으로 규정하고 대화자체를 막는 것보다 그 토론의 내용과 의도를 파악하는게 공론장 플랫폼의 관리자로서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1. 대화가 자신과 맞지 않는다고 해서, 혹은 틀렸다고 해서 발화자를 괴롭힐 권리는 누구에게도 없습니다.

  이용자 A의 '가해-피해자의 성별을 물었던' 최초발언은 그 자체가 문제가 되는 발언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이 발언에 대한 적절성 여부에 대해서는 따로 평을 하지 않겠습니다. 저희는 대화과정에서 부적절한 발언을 하였다고 해서, 혹은 자신과 입장이 다르다고 해서, 발언이 틀렸다고 해서 해당 발화자에 대한 개인정보를 유포한다든지 각종 비방발언하며 상대방을 괴롭힐 권리는 그 누구에게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은 페미니스트뿐만 아니라 그 반대의 위치에 놓여 있는 사람에게도 동등하게 주어져야 할 권리라고 생각합니다. 이용자 A가 대나무숲 계정에서 대화를 하고 차단당하는 과정에서 대나무숲 댓글 뿐만 아니라 에브리타임과 같은 타 공간에서 이용자A에 대한 비난과정은 엄연한 폭력입니다.

  여성이 갖는 문제를 일탈적 사건, 혹은 히스테리와 정신병, 그리고 별 것 아닌 것으로 '문제시 하지 않으려고 했던' 것은 매우 긴 역사를 갖고 있습니다. 우리는 그 문제시 하지 않으려고 했던 것, 이름붙이지 않으려고 했던 것의 이야기에 귀기울일 필요가 있습니다. 갈등은 조용하다고 해서 존재하지 않은게 아닙니다. 그것은 약자의 침묵으로 이루어졌던 강제된 평화일 뿐입니다. 

 

웹진 순은 여성주의적 관점을 취하는 대안매체로서 위 사건에 대한 유감을 표합니다.